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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조강지처 버린 놈치고 잘 사는 놈 없다

기사입력 2022.02.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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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호 전 포항시장.

     

     

    시장 재임시 포스코와 철강공단을 보면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그곳에 공단을 건설하지 않고 명사십리와 아름드리 솔숲 무성한 옛 모습 그대로 있었으면 포항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포스코 공장부지 매립으로 백사장이 유실되고 공장폐수로 인한 수질오염으로 송도해수욕장을 폐쇄하면서도, 유실된 백사장을 300백역원이 넘는 정부예산으로 복원계획을 세우면서도 가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해 보곤했다.

     

    여름철이면 지금에사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이지만 6-70년대는 포항 송도해수욕장도 만만치 않았다. 수심이 얕고 깨끗한 바닷물과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톱으로 전국의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주변 상인들도 한 철벌어 1년을 살 수 있을 만큼 호황을 누렸다. 그런 송도해수욕장이 형산강하구를 지나 도구 해수욕장으로 이어저 있으니 가히 천혜의 절경이었다.

     

    역사적 기록을 봐도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수욕장으로 북한의 원산해수욕장과 영일만의 송도해수욕장을 꼽는다. 포스코 건설 당시 현장에 온 일본기술자들도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에 공장 짓는 것을 의아해 했다는 얘기도 그것을 증명해 준다.

     

    어릴적 도구리 친척 할아버지 댁에 놀러 간적이 있다. 끝없이 펼쳐지는 도구해수욕장에서 조개잡이도 하고 아름드리 솔숲에서 뛰어 놀다 여름밤 파도소리 들으며 마당에서 수박 먹던 기억이 새롭다. 그 평온한 마을이 포스코건설로 온데간데없다.

     

    그 식구들은 문전옥답 다 내어주고 실향민이 되었다. 턱없는 보상비에 반항하면 기관에서 호출하고, 마지못해 도장 찍고 보상비 몇 푼 받아 이것 저것하다 지금은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실향민이 얼마나 될까. 참 가슴아픈 일이다.

     

    조상들의 피의 댓가인 대일청구자금으로 포스코는 건설되었다. 배고픈 시절 찬물 구정물 가리겠는가. 환경을 생각할 수도 없었다.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철광석의 미세가루가 도시 주변을 덮고 매캐한 연기에 머리가 깨질 것 같아도 대중교통이 별반 없던 터라 걷거나 자전거 출퇴근이라도 할려면 공장가까운곳에서 거주해야 하니까 가까운 동빈내항 물줄기도 일부 매립하여 주택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매립되지 않는 물줄기는 시궁창으로 변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우리 시민들은 그런 환경속에서도 포스코가 우리 포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긍지를 가지고 살았고, 산업의 쌀인 철강 생산으로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일구어 우리민족 5천년 역사에 배고픔의 한을 해결한다는 생각으로 시민들은 포스코와 노란제복 근로자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포스코 설립당시 초대 사장은 이러한 포항의 아픔을 잘 알고 있었다. 그분은 우리시민과 더불어 꿈도 아픔도 같이 했다. 근로자들의 정주여건을 만드는데 많은 투자를 해서 환경적인 주거단지도 건설하고 유치원부터 초중고, 대학까지 최고의 교육시설도 만들고, 시의 SOC사업에도 거금을 기부하기도 해서 우리 포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우리시도 그분의 공로에 보답하기위해 명예시민 1호라는 최고의 예우를 해드렸고, 포스코와 포스코 주택단지를 잇는 도로를 포스코 대로라 명명하고 중심 광장은 그분의 호를 따서 청암광장으로 이름지었다. 또한 1995년 모태가 되는 영일군과의 행정구역 통합시 굳이 포항시로 명명한 것도 포항종합제철이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포항의 뿌리는 영일군이니 `영일시`라했으면 `포항`이라는 한자적 의미보다 해를 맞이하는 희망의 도시라는 `영일시`가 더 어울릴 수가 있고 그랬으면 100년이 넘는 도시의 역사를 갖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2002년 포항종합제철의 명칭이 포스코로 바뀌었다. 섭섭했지만 포스코는 포항스틸컴퍼니의 준말이니 글로벌 시대에 그래도 거기까진 이해 할 만 했다.

     

     

    포스코 본사는 당연히 포항에 두어야 함에도 지금은 마지 못해 포항에 두는 듯하다. 대부분의 본사 기능은 서울사무소로 옮겨진지 오래고 껍대기만 있지만 본사는 본사니까 그래도 견더야지 별 수 없었다. 그런대 며칠전 포스코가 지주사를 만들었다.

     

    한마디 말도 없이. 본사를 서울로 갖고 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중앙정부에서도 수도권 집중화의 병폐를 막기위해 지역균형발전이란 정책을 세워 공기업도 지방 곳곳으로 보내고 있는 마당에 국가 정책에 반하여 굳이 지역에서 출발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일류기업을 다시 서울로 가져간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때의 명사십리와 아름드리 솔숲이 생각이 난다. 세계적인 해변 휴양 관광도시를 생각하면서.

     

    포스코 창립당시 최고CEO는 기업과 그 지역의 상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업경영이익보다도 중요시했다. 그래서 그분은 포항시와 더불어 영일만의 기적을 일구었고 그것이 신화가 되어 전국민에게 존경받는 훌륭한 역사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분 뒤에 많은 부류의 CEO들이 있었지만 포항시와의 그 아픔의 역사를 잘 모르고 있는듯 했다. 시장 재임시 포스코 모 회장과 티타임을 가진적이 있는데 얘기 중 `포항공대가 수도권에 있었으면 더 유명한 대학이 되었을 것`이란 황만한 얘길듣고 자리를 박차고 나온적이 있다.

     

    포항시와 포스코의 역사를 전혀 모르고 있는 단적인 예다. 1년에 손님처럼 몇 번 다녀간다면 이 지역에 무슨 애정이 있겠는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 진다는 것이 맞는 말 같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포스코 서울사무소는 누굴위한 것인가? 포스코 지주사가 포항을 떠날 것이 아니라 서울사무소의 기능까지 몽땅 포항으로 옮기면 어떨까? 굳이 대관업무 때문이라면 산자부와 각 부처가 있는 세종시로 옮기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그것이 아니라면 서울사무소의 기능이 서울있으나 포항있으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이젠 우리 포항도 서울과 접근성이 많이 좋아졌다. 사회관계망 서비스도 잘 되어있는 현실에서 뭐 그리 불편할 것이 있을까?

     

    정주여건을 들라면 포항도 일부분에서는 전국최고의 도시다.

    유치원부터 초중고는 물론이요 세계적인 포항공대 등 교육분야도 최고요, 아름다운 산과 청정 동해바다 등 자연환경도 최고요, 싱싱한 해산물 등 먹거리 또한 최고의 도시다.

     

    나머지는 수요가 있으면 또 최고로 만들어 가면된다. .포스코가 지역을 위해서 조금만 불편을 감수하고 포항에 오면, 포스코 최고CEO가 포항에 상주할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이하 모든 직원들이 긴장하며 근무하므로 매년 고귀한 목숨을 앗아가는 안전사고도 확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포스코를 필요로 하는 많은 국내외 인사들이 포항을 찾을 것이다.

     

    그러면 포항공항도 국제공항으로 바뀔 것이고, KTX도 증설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홍보되면 먹거리 즐길거리 볼거리가 있는 포항으로 관광객이 몰려올 것이고, 죽어가는 포항경제도 회복할 것이다. 그것이 지역과 상생하는 것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더불어 포스코 최고CEO의 국민적 평가도 최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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